동국문학회

240402

johyeongseob 2024. 9. 19. 22:33

제목: 닫힌 엔딩

 

그녀는 지하철 입구에서 비가 내리는 밖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한 달 만에 그를 보는 날인데 흐린 날씨에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장우산을 펴고, 천천히 약속 장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리에서는 벚꽃이 봉우리를 맺기 시작했고, 상가에서도 봄 노래가 흘러나왔다.

인적이 드물어지는 곳에 다다르자 그녀의 눈에 카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의외의 조합"

 

대학생일 때 자주 갔던 카페다.

산책을 좋아하던 그와 함께 성곽길을 걸어가다 알게 되었다.

카페 주변에는 높은 성곽만이 있어,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점이 그들에게 어울리기도 하였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두 잔 주문하고 항상 앉는 구석자리에 몸을 눕혔다.

추위를 많이 타는 그녀는 아메리카노를 받자마자 두 손으로 감싼 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이 풀리자 그녀는 그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그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

 

그녀는 대학교 축제에서 그를 만났다.

주점에서 맞은편에 앉은 그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활기찬 분위기에 맞지 않게 조용히 있었다.

그 모습이 그녀에게는 역설적으로 눈에 띄었다.

동시에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녀는 자신과 동질감을 느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왔어"

 

그녀는 자신을 향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듯 맞은편 의자에 앉는 그가 보였다.

짧은 머리, 흰 얼굴, 가느다란 팔, 평소에 짓는 표정과 말투까지 모든 게 그대로였다.

 

"잘 지냈어?"

 

". 너는?"

 

"별일 없었어."

 

그녀는 그와 짧은 대화 후,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 침묵이 이어졌다.

10분이 지났을 즈음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걸 전해주러 왔어"

 

그는 반지케이스를 탁자 위에 놓았다.

일주년을 맞이할 때, 그와 함께 맞춘 반지였다.

 

"그럼 잘 있어"

 

그는 인사와 함께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그녀는 반지케이스를 손에 들고 열어보았다.

반지가 가지런히 꽃혀있었다.

그녀가 취업준비로 고생할 때도, 그와 크게 싸웠을 때도, 바다여행을 갈 때도, 언제나 함께하던 반지가 이제는 주인을 잃은 반지가 되었다.

그녀는 그가 나간 후에도 한참이나 반지를 응시하였다.

 

*

 

조용하던 그녀와 마찬가지인 그가 서로 연인이 되었을 때, 주위에서는 의외라는 말을 많이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둘 다 연애에 관심 없는 줄 알았다고 하였다.

 

그녀는 자신과 닮은 그를 생각 이상으로 많이 떠올렸고, 그도 마찬가지였다.

사귀는 동안에도 그들은 연인들이 하는 행동들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산책을 하며 생각을 나누었다.

그와 함께 이야기할 때,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

 

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난 후에,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싸늘하게 식은 아메리카노와 희미하게 빛나는 반지만이 남아있었다.

 

 

해설: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다산성곽길이 있습니다. 그곳에 카페 '의외의조합'이 있는데 해당 키워드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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