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 깨졌다. 그건 일종이 제약이었으며, 반대로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자제력, 양심, 혹은 측은함에서부터 해방이었다. 모든 사람이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 그들의 조상 그 이전부터 유전자에 새겨진 자물쇠이다. 수많은 세대가 교체하고 섞이며 사라지기도 하고 혹은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
평범한 날이었다. 어느 날과 같이 출근하고, 밤새 비어 있는 메일함에 안도를 내시던 그런 하루. 점심 시간에 무엇을 먹을 지 고민하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회사에 돌아와 업무를 끝낸 후 퇴근하는 날. 그러다 갑자기 나는 내 안의 무언가 사라짐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갑작스럽게 투쟁심, 파괴 욕구와 같은 감정들이 터졌다.
나는 한동안 이 새로운 감정들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내가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는 성향을 가져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마음이 심란해질 때면 깊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러다 보면 내 안의 거친 파도는 잠잠해졌고 당분간은 버틸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평범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내 안의 '나'와 싸우는 동안 뉴스에서는 많은 사건들을 보도했다. 일부 사람들의 폭행, 강도 등 부정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국가에서는 군/경을 동원해 이들을 잡아들이고, 더 나아가 그런 조짐을 보이는 자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며 신고하고 바빴다. 나는 관망자로 지냈다. 혼돈의 시작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내 부서에서 직원의 1/3이 그만두었다. 나는 그들이 무슨 이유로 그만두었는지 고민했다. '자신이 소문의 테러리스트(이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이기에?', '혹은 직장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봐?' 곧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한순간에 내 안의 무언가 깨졌듯이, 내 정체가 들통나는 것도 언제일지 모른다. 세상은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사람들은 편을 갈라 싸우기 바빴고 경제는 침체하고 해외에서는 전쟁이 발생하였다.
*
길을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고, 곧 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짐을 알게되었다. 칼을 든 사람이 보였으며 주변에는 그 자의 희생자들이 보였다. 그 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새로운 희생자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출동한 경찰의 총에 그는 사살당했다. 그 사이를 난 관망자처럼 보았다. 참으로 이상했다. 나는 원하면 그를 말릴 수 있었다. 경찰이 오기 전,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날 보고 그는 웃으며 다른 이를 찾았다. 그도 나와 동류임을 직감했을 것이다.
나는 이 충동을 억제하며 살았다. 그러다 총에 맞고 죽는 그를 보았다. 그는 죽을 때조차 웃고 있었다. 그토록 갈망하던 일을 마쳤다는 듯이. 그를 보니, 나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지는 날이다.
-Fin-
해설: 해당 작품은 2024년도 2학기 동국x중앙x홍익 글나눔에 제출한 작품으로 글제는 '존재' 입니다. ('사람과 결함', '존재' 중 택1) 동국문학회 산문으로 본선에 진출하였습니다. (학교당 운문 1개, 산문 1개)
미리 공지하자면, 마지막 두 번째 문단에서 칼부림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했는데 피드백을 받고, 간접적인 내용으로 수정하였습니다. 마지막 문단도 웃는 살인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이분법적인 결말을 취했는데 적절하지 않아 수정하였습니다.
해당 글의 핵심인 ㅁㅁ는 네이버 웹툰 '나이트런' 작중 속 '상자'에서 개념을 가져왔습니다. 이전부터 재미있는 개념이라 생각이 들었고, 마침 글나눔의 글제에도 적절하여 학회 출장 비행기에서 작성하였습니다.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감사하게도 글나눔에서 약 50여명의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피드백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피드백
강점:
글의 구조에 대해 개연성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카프카의 작품처럼 일종의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가정하고 쓴 글이라 보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함
약점:
소재 면에서 민감한 영역을 다루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호소하고 싶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화자의 흉기난동을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인밀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연성이 모자라 보인다. 오탈자 등 퇴고가 모자라 보인다.
분량이 적은 초단편의 형식을 취했는데 첫 문단이 아닌 나머지 움ㄴ단에서 너무 정보를 끼워넣은 것 같다.
주인공이 방관자로 설정된 것이 아쉽다.
폭력성과 정체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고 기승전결 중 기승만 있는 것 같다. 소설의 기본요소들이 조금 결여가 되어있어서 아쉽다. 분량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자뮐쇠같은 긴장감이 생기는데 그 다음에 바로 투쟁심으로 가는 흐름에서 힘이 빠진다.
기타:
도덕과 양심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제목의 장점은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준다. 반면 독자에게 부담도 준다.
게임 프롤로그 혹은 해외 고전틱한 느낌이 든다.